오늘은 보고 싶었던 영화를 꼭 보겠노라 다짐했지만
나도 모른 새에 잠이 들어 결국 그러지 못했다.
영화는 다음에야 보면 되겠지만, 그 다음에도 엔딩 크레딧을 볼 수 있을진 나도 모르겠다.
비단 영화 뿐만 아니라 삶의 많은 순간들이 그런 것 같다.
기대하고 실천하지만, 모종의 이유로 예상한 것과는 다른 상황들을 마주하곤 한다.
살아온 시간들이 켜켜이 쌓일수록, 오늘 영화를 다 보지 못한 것과 비슷하게
삶은 내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온 피부로 느끼곤 한다.
오늘 먹고 싶었던 음식은 퇴근 30분 전에 식당 문을 닫아 사지 못했고,
수건 빨래는 건조대에 다 널리지 않아 옷걸이까지 사용해야 했다.
정해놨던 목표치에 한참 도달하지 못한 나의 일은 아직 시작의 실마리조차 모르겠다.
내 의지대로 해냈던 일은 이제 기억나지도 않는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,
높아진 회복 탄력성에 기반해 이내 새로운 방법을 찾고 다시금 기대하곤 하는 것
내가 품었던 마음은 죄가 없고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 뿐이었다.
꼭 모든 일에 내가 주인공이라는 법은 없으니까 당연하다.
조금만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싶지만서도,
이제라도 깨달아 내가 누릴 수 있었지만 누리지 못했던 것보다
당장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감사하다.
앞으로도 수많은 종류의 실패를 마주하겠지만
그 모든 순간에 지금의 마음이 깃들었으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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